30일의 당근 #6 – 스웨터

30일의 당근 #6 – 스웨터

트럼프가 취임식에서 입은 코트는 브룩스 브라더스의 것이라고 한다

최근 몇 년간 내가 사 입은 옷은 브룩스 브라더스라는 미국 브랜드다. 옷은 입어보고 사는 게 국가 규칙이지만 이 브랜드는 대부분 몸에 무난하게 맞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으로 샀다. 셔츠,긴바지,반바지,니트등. 마침 집 앞에 수선집도 있어서 기장만 조금 줄이는 정도면 충분했다.그런데 단 한 가지, 1년 정도 전에 산 베이지색 라운드넥 울 스웨터만은 손이 닿지 않았다. 사이즈는 잘 맞는데 뭔가 나랑 스타일이 안 맞았어. 한두 번 입고 다시 부직포 가방에 단단히 넣어놨어.당근마켓에 팔려고 했는데 옷의 경우 감가율이 너무 커서 억울했다. 거의 새 옷인데 당근으로는 반값도 못 받을 거야. 옷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정보 불균형이 심한 품목이기 때문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싸게 사려고 한다. 고민을 좀 해보니까 이 옷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생각났어. 바로 이 블로그의 오랜 이웃이자 술친구인 나마비아 형!

나마비아 형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노총각 단톡방에서 수다를 떠는 사이로 얼굴도 자주 만나지만 매번 옷을 드린다고 해 잊지 못했다. 1년 넘게 우리 집 소파 위에 놓여 있었다. 그러다 며칠 전 형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또 잊어버리기 전에 건넸다. 별거 아닌데 너무 좋아해주셨어. (우리 모두 술을 마시고 빨개져서 얼굴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) 때로는 짖기도 하지만 항상 누구에게나 성의 있게 대해줘서 고마워.2023. 8. 12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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